親美 대만 라이칭더 총통 당선...양안관계 긴장고조 대비해야
여소야대로 여당 민진당 51석, 야당 국민당 52석, 민중당 8석
다당제로 복귀, 사안별 민중당과 무소속 2석이 캐스팅보드
한국, 외교와 통상분야서 대만의 친미정책과 입법혼란 주시해야

대만선거서 13일 승리한 라이칭더 총통(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대만선거서 13일 승리한 라이칭더 총통(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대만 총통 및 입법의원 선거서 친미로 평가받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40.05% 득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입법의원은 야당인 국민당이 52석, 여당인 민진당이 51석, 또 다른 야당인 민중당이 8석, 무소속 2석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정치행정은 민진당이 주도권을 유지하지만 입법권력은 야당에 넘어갔고 제3정당인 민중당과 무소속이 일단 캐스팅보드를 쥘 전망이다.

지난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는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의 첫 선거로, 양안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 지형과 향후 미·중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많은 국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5일자로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6.6%p,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 후보와는 13.6%p의 격차로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됨에 따라, 민진당은 대만에서 민주화 이후 최초로 8년 주기를 깨며 10년 이상 장기 집권 기록했다.

대만은 2000년 첫 수평적 교체 이후 3명의 총통 모두 재선에 성공한 후, 다음 선거에서는 반대 측 정당 후보가 승리하여 8년 주기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함께 실시된 제11대 입법위원 선거) 접전 끝에 야당인 국민당이 단독 과반의석 확보엔 실패했으나, 원내 1당 지위를 탈환하며 입법위원에서 근소한 승리를 거뒀다.

여당인 민진당은 과반을 유지하지 못하고 원내 1당 지위를 국민당에게 1석 차이로 밀려 패배하며 ’04년 이후 처음으로 여소야대 국면을 맞아 라이칭더 정부의 정책 수행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당이 최소 목표치인 8석을 획득해 민진당과 국민당 양당 모두 과반의석을 점유하지 못함에 따라 ’08년 이후 16년간 지속된 양당제를 종식하고 실질적인 다당제로 복귀했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현 차이잉원 총통의 양안 및 외교정책을 계승해 ▲국방력 강화, ▲美·日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 추구,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축소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칭더 당선자와 민진당은 대만의 국방력 강화가 양안관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시각으로, 現 차이잉원 정부의 국방력 강화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잉원 정부는 지난 7년여 동안 ▲국방예산 증액, ▲군 복무기간 연장, ▲예비군 제도 개혁 시작, ▲비대칭 전력 우선 조달, ▲독자적인 방위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 왔다.

미국이 대만의 가장 중요한 국제 파트너이자 강력한 미-대만 관계가 대만의 안전보장을 위한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어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와의 유대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대만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으며, 라이칭더 당선자는 일본과 안보협력을 추구하고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등 파트너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미국과 협력하여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노력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진당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대중 수출 규제에도 협조적이었고, 미국으로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는 정책에도 긍정적이다.

라이칭더 당선자도 핵심 최첨단 나노 공정 생산시설은 대만에 두되, TSMC의 해외 투자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경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라이칭더 당선자 집권 하에서 공식적인 양안 교류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양안 관계에 대한 차이잉원 정부의 방식에 부정적이나, 라이칭더 당선자를 훨씬 더 불신하고 있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중국이 공식 소통의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92 공식’을 부정하며 ‘92 공식’이 대만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2 공식(九二共識)은 ’92년 정립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 양측 사이의 양안관계 원칙으로, 일중각표(一中各表),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一個中國),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各自表述)”가 핵심이다.

정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관계의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럼에도 대만의 반중독립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을 회피하고자 할 각 국가의 고려에 따라 양안관계가 악화보다는 현 상태 유지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사전점검 및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대만에서 친미 세력의 계속 집권과 여소야대로 혼란스런 대만 정국을 예의주시하며 국제 외교 및 통상정책을 면밀히 조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대만총통 전망 보고서’서 발췌]
[무역협회 ‘대만총통 전망 보고서’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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