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EU·日·獨 등과 '美의 전기차 차별'에 공동대응키 위해 실무접촉을 본격화 했다. 최근 자동차 주요 생산국과 실무급 협의를 갖고 "정보교환·공조 검토"를 논의했다. 산업부 통상본부장도 방미, 對美협의창구 마련 등 한미간 본격적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직면한 정부가 같은 우려가 제기되는 국가들과 실무 협의에 착수하는 등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국과 독일, 영국, 일본, 스웨덴 등 5개국과 유럽연합(EU)의 미국 주재 대사관은 지난주 미국의 전기차 차별 대우에 대응하기 위한 첫 만남을 갖고 각국의 입장을 교환했다.

이번 회동은 참사관 등 실무급에서 이뤄졌다.

실무급이란 점에서 당장에 대응 방안을 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IRA 피해 예상국들이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해 한데 모였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국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각국이 정보교환을 위한 것으로, 이들 국가가 공조가 가능한지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조만간 다시 회동하기로 했으며, 상황에 따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의회는 8월 12일 IRA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명하면서 발효된 상태다.

이 법에는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로만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현대차가 미 조지아주에 지을 전기차 공장이 오는 2025년에 완공되는 점을 감안해 이때까지 해당 차별 조항 시행을 유예하거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을 결정하는 최종 조립국에 미 본토뿐 아니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를 포함하도록 하는 안을 중심으로 미 측과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한국의 문제 제기 와중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를 비롯한 제조업의 미국 내 생산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문제의 조기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그 이전에 IRA 예외 인정 조항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독일과 EU, 일본 등 다른 피해국들과의 공조 움직임은 대미 압박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EU 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일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차별 우려를 제기했고, 주미일본대사관 측도 미 언론에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거론하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IRA에 의한 전기차 차별이라는 공통된 처지이긴 하지만 각국의 상황이 달라 다른 주요 자동차 생산국과의 공동대응 접근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동 대응이 미국측의 더 큰 저항을 초래할 수 있고, 여러 나라의 복잡한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해법찾기가 양자 협의 때보다 더 장기화하는 등 실익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한국은 IRA에 명시된 최종조립국 규정을 미국 본토 뿐만아니라 FTA 체결 국가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지만 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한국 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공동 대응 모색 움직임과 별개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찾아 USTR과 상무부 등 미 정부 당국자들과 잇따라 만난 데 이어 이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DC를 찾아 후속 논의에 들어간다.

미국측이 공동 협의 창구를 마련해 대화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안 본부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놓고 미국 측과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안 본부장은 타이 대표 등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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