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기능과 역할은 뭘까. 입법권과 예결권 그리고 청원수용권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이니 차기정권창출과 각종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지상 목표일 수 있지만 대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 국민들과 각 지역민들의 삶과 미래를 더 낫게 지원하고 때로는 앞장 서 제시해야 한다.

국회의 목표를 향한 수단은 3권 분립에 따라 정부를 견제-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꽃이다. 청문회나 파장이 큰 법률안 제-개정시 특정 상임위나 별도 위원회 구성을 통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지만 20여명 남짓만 참여한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300명 국회의원 모두가 18개 각 상임위에서 역량을 펼쳐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그런데 각 상임위에 소속된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이 많고 현안은 쌓여 있어 ‘수박 겉 핥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경우 국회를 빼더라도 명칭이 15자에 이른다. 그만큼 관장 범위가 넓다. 10월 20여일 동안 진행된 국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그리고 특허청을 비롯 무려 61개 기관을 감사했다. 휴일과 준비기간을 빼면 10월2일부터 21일까지 20일중 11일 활동했다. 국정운영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입법활동과 예결산 심사에 필요한 자료 획득과 국정 시정 요구를 비롯한 감사 목적에 얼마나 충실했을까.

하루 평균 5-6개 기관을 28명의 국회의원들이 주질의 11분-보충질의 4분-증인신문 3분-추가질의 1분 등 국회의원 1인당 평균 하루 19분을 써 6개기관을 감사했다. 평균 국회의원 1인이 1개기관에 3분을 질의하고 답변까지 받았다는 결론이다. ‘수발 겉 핥기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국감기관 내내 보좌관이 준비한 질의 원고를 빨리 읽고 마이크가 꺼질 새라 “장관, 답변은 나중에 하세요” “사장, 답변은 나중 서면으로 제출하세요”를 외쳐댔다.

각 당의 동료의원들을 동원해 ‘비리나 갑질의혹이 있거나 특정 기업을 이롭게 하거나 해롭게 한 지적사항’을 반복 질의하는 경우도 많았다.

각 기관을 견제-비판-대안 제시하기에는 시간적-물리적으로 역부족이었다.

15년 이상 국정감사를 취재해 온 본지 기자들은 각 상임위원장이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여러기관에 질의하시는 것보다 서로 분류에 소수 기관으로 특정해 상당시간을 질의하고 답변받고 다시 대안제시하시면 의정활동도 성과를 거두고 국민이나 지역민들도 더 역량있다고 평가할 텐데요”라고 물으면 답변은 역시 “지역민들이 모든 기관과 이해관계가 있어 짧은 시간이라도 질의하지 않으면 표가 떨어진다”는 똑같은 답변들이 돌아온다.

국정감사가 실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감을 앞두고 정부와 산하기관은 사전에 국정전반의 추진사항과 의원별 서면질의에 대해 답변서를 보내고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받아 문제점을 깨닫고 또 다음 국감까지 지적사항을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표만 의식하지 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경우 산업-통상-에너지자원-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 등 6개 소위로 나눠 5명 정도가 각 기관별로 2시간 정도 할애한다면 정말 전문적인 의정활동이 되지 않을까. 아니 전문 역량을 보여 1개 국정에 대해서만 히트 질문을 던져도 표는 더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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