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대화 강화로 고달 픈 노동자 삶 개선하고 파

본지 인터뷰에 응한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은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갈등을 잘 이겨내고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살펴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노총은 사회적대화로 노동자 이익을 점진적으로 쟁취하지, 전부 아니면 전무인 극한 투쟁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주52시간제 도입은 노동자의 과로사와 생산성저하를 막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준다"고 말을 이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주영 위원장. 그의 어깨는 무겁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두 축이 사업주와 노동자라면 한축인 노동界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계의 양대 산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다. 정부가 한국號를 잘 항해하기 위해서는 기업주와 근로자 양쪽의 극한 대립과 갈등을 대화와 조정으로 풀고 공감대 형성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 등을 운용한다. 사회적대타협을 위해서다. 노동계 양대 노총중 한국노총은 이 위원회에 보다 충실한다. 김주영 위원장의 사회적타협을 통해 노동계 현안을 푼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대화보다는 투쟁에 무게 중심을 둔 강성 기류다. 그만큼 이 위원회 참석률은 저조하다. 본지 창간15주년 특별 인터뷰를 위해 김주영위원장을 만났다. “문재인대통령에게 옳은 소리할 사람은 위원장님 뿐이죠”라고 묻자, “저는 평상시에는 웃음 띄우지만, 회의에 들어가면 딱딱하고 경색된다고 모두 경계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문대통령도 김위원장도 딸린 식구들이 많으니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고 주요한 일은 결국 외롭게 결단해야 해, 동병상련을 느끼시지요. 그렇지만 누가 대통령에게 옳은 소리 하겠어요. 김위원장께서 상대가 되시니 노동자 입장은 물론 어려울 때는 종종 국민 삶의  고달픔과 애로사항을 강조해 주셔야지요.” 라고 다시 말을 건네자 그는 그저 웃었다. 그를 본란서 만난다. <편집자 주>  


일본의 무리한 경제보복 당장 중단해야, 우리나라 산업구조 살펴 전화위복 삼아야
차분하고 꼼꼼히 대응 필요. 이를 빌미로 노동-안전-환경 규제완화는 안돼
주52시간제, 과로사와 생산성저하 막고 인간다운 삶 보장해 시기상조 아닌 만시지탄
한국노총 사회적대화로 노동자 이익 쟁취할 것, 전부 아니면 전무 투쟁 옳지 않아
정부가 노총에 끌려다닌다는 말은 어불성설, 최저임금인상 산입범위 확대로 상쇄
 

-韓國노총과 日本노총은 日本의 韓國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빚어진 양국 갈등이 韓日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안정을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공동협의문을 발표했는데 양국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베정부가 분명히 잘못했고, 이에 대해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정부가 무리한 경제보복을 중단하는 것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일본 최대 노동조직인 일본노총(렌고)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일본정부를 압박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선 일본 내부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이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국내 부품산업 육성정책 등을 통해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업구조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쉽지 않겠지만 차분하고 꼼꼼하게 대응해야 하겠습니다.
한국노총은 일본수출규제 대책 민관정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수출규제를 빌미로 노동과 안전, 환경등에 대하여 규제 완화를 시도하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노총은 범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이때 최근 상황을 악용해 근기법개악 등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주52시간  근로제는 완급조절이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노총들은 미흡하다고 판단하지만 韓國經濟가 저 성장 늪에 빠지고 있다며 사용자(기업주)들은 투자와 고용을 더 위축시키는 급격한 추진이라는 의견인데요.

“우리나라에 주40시간제가 도입 된지가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68시간까지 장시간노동이 허용되어 주40시간제가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장시간 노동관행은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와 생산성 저하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시기상조를 얘기하는데, 사용자들 주장대로라면 연장근로 포함 주52시간 시행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서라도 가야하는 길입니다.”

-위원장님께서는 노동조합이 세상 및 여론과 소통-공감을 통해서 노동운동을 전개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고한 원칙을 주창하시고, 피하고 싶지만 현실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사회적대타협은 잘 되고 있나요.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사노위는 잘 운영되고 있습니까.

“한국노총은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절차와 내용에 심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재심의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이의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때문에 현재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총사퇴한 상태입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제2차, 3차, 4차 본위원회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습니다. 일부 위원들의 거듭된 참여거부가 본회의 무산의 원인이 되었는데,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한 이견 때문입니다. 우리사회는 점진적으로 변화 발전해 왔습니다. 사회적대화를 걷어차고 명분만을 내세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쟁취하려다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운동방식은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들뿐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운동방식에 대해 한국노총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국노총은 우리사회의 대전환을 위해 사회적대화는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2기 경사노위가 출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노총은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대화에 임할 것입니다.”

-2천만 노동자들의 노조가입률이 저조한 상태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모든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 또 정부가 노총에 너무 끌려 다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韓國을 ILO 187개 가입국 노조조직률-단체협약률과 비교한다면.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 100만 명 이상 가입한 조직이 양대노총 말고 있나요? 그러면 얼마나 가입하면 대표성을 인정할 것인가요? 우리나라는 과거에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빨갱이로 취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핍박하고 탄압한 역사도 있습니다. 이제 겨우 ‘노조할 권리’가 얘기되고 있는 수준입니다. 노조에 가입해서 활동하면 온갖 탄압을 해놓고 거꾸로 노조 조직률이 낮으니 대표성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가 노총에 끌려다닌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정부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계 요구사항이 특별히 관철된 것도 없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효과가 상쇄돼 버렸고, 그나마 올해는 2.87%인상에 그쳤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도 별 진전이 없습니다.
노조조직률 및 단체협약률은 전세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OECD국가 중 하위권에 속합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데, 자유시장경제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노조 조직률을 보이고, 유럽의 사민주의 국가들은 대체로 높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상적용률을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이유로 많은 학자들은 단체 교섭 적용률과 노조 조직률의 변화는 다른 요인들보다 정치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예를들어 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이 높은데, 그 이유는 실업보험 관리를 노동조합이 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업보험을 받으려면 노조에 가입해야 하니 웬만하면 노조에 가입합니다. 프랑스 같이 노조 조직률은 7.7%로 우리나라보다 낮은데도 단협 적용률은 98.0%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주영위원장은 이어
김주영위원장은 이어 "故김용균 사망은 위험의 외주화로 결론났기 때문에, 유해-위험한 작업의 전면적 도급 금지가 절실하고 문대통령의 공약인 ILO핵심협약 조속 비준과 통상임금 확대-실업부조 도입을 서둘러야 노동자 삶이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이 ‘무늬만 정규직’ 아닌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실질처우개선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최저임금 2.8% 인상-ILO 핵심협약 비준도 별 진전 없어 노동계 얻은 것 없어
故김용균 사망은 위험의 외주화로 결론, 유해-위험한 작업 전면적 도급 금지 필요
문대통령 공약인 ILO핵심협약 조속 비준과 통상임금 확대-실업부조 도입 서둘러야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무늬만 정규직’ 아닌 고용안정-실질처우개선 이뤄야

-故김용균과 한화 근로자 사망 그리고 집배원의 사고 및 과로사, 목동 빗물펌프장 사망사고 등 비슷한 유형의 (산업)재해는 왜 반복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적절했나요.

“지난 8월20일 태안화력발전 특별노동안전조사위는 김용균씨의 사인은 ‘위험의 외주화’가 맞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작업현장에서의 위험요소를 제거할 대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약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부분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안마다 사인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사회는 안전보다는 효율성과 빠른 결과를 중요시하며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그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지는 중이구요. 산업재해를 잘못된 시스템이 빚어낸 참사로 여기지 않고, 그냥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치부해 버리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산업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노동조합 등에서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여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조금 드러난 듯합니다.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의 목적을 노동자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 유지와 증진으로 확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미흡합니다.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도급을 금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총에서 ILO기본협약 비준이 늦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ILO핵심협약은 최소한 노동인권에 관한 기본협약으로써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서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2017년 가이라이더 ILO 사무총장이 방문 했을 때도 문재인대통령이 직접 협약비준을 약속 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경사노위에 책임을 미루다가 이제 겨우 정부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부안이란 것이 ILO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더 이상 늑장을 부리지 말고 선비준 절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용면에서도 ILO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에 부합하는 충실한 입법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이전 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수 있는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이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처우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통상임금 범위와 실업부조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연장-야간-휴일 노동 수당 등 변동적 성격의 임금을 제외한 고정적 성격의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최저임금법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어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제수당,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만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해당하는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에 산입 하도록 법-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실업부조와 관련해선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고용안전망은 사실상 고용보험이 유일하지만, 고용보험은 기여 여력이 있어야만 수혜 대상이 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등 매우 넓은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업부조 도입은 근로빈곤층의 빈곤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조속히 도입해야 합니다.”

-이밖에 위원장님께서 밝히고 싶은 사항과 15주년을 맞은 산업저널 독자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을 한 결 같이 지켜온 산업저널 15주년을 독자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직필정론으로 산업계와 노동자를 아우르고 대면하며 지속가능한 산업저널가 신뢰받는 정론지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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